최고 간신 5000년 역사상

 지도자의 눈을 가리는 사람들

#. 중국 한나라 유학자 유향(柳香)이 사용한 설원(雪園)이 있다. 고대부터 당시까지 온갖 지혜와 잠언이 담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여기에 육사라는 여섯 종류의 신하와 나쁜 신하가 등장한다.

우선 나쁜 신하란, 첫째는 녹봉만 줄이고 머릿수만 채우는 구신, 둘째는 앵무새처럼 옳은 말만 되뇌는 아첨꾼 유신, 셋째는 거짓 정보로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고 임금을 맹목하는 간신, 넷째는 간물과 중상모략만 일삼는 두배의 참신, 다섯째는 자신의 부귀영달만 좇아 정작 반역하다.

다음은 바른 신하 6가지 유형. 첫째로 높은 인격을 가진 군주를 영광으로 이끌성 신, 둘째로 착하고 인자한 량신, 셋째 나라를 위해서 목숨마저 내놓은 충신, 넷째, 현명한 학덕이 높은 지신, 다섯번째로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정당하지 못한 재물은 결코 원하지 않정신, 여섯번째로 직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다나 오오미이다.

#.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나쁜 신하와 바른 신하는 있다. 다만 군주가 예민하고 귀를 열어 어진 사람에게 접근하면 충신이 많고, 반대로 귀가 얇고 용렬한 군주 아래에서는 간신배만 횡행했을 뿐이다.

우리 역사만 봐도 그랬다. 무열왕 김춘추를 도와 삼국통일을 이룬 그는 대표적인 성신으로 꼽힌다. 조선 초기의 명재상 황희는 양신의 대명사이다. 충신은 더 많다. 성충, 계백, 흥수는 백제의 3대 충신이다. 박제상과 죽죽은 신라의 충신으로 이름을 남겼다. 최영과 정몽주는 고려 충신으로 사육신과 생육신 또는 이순신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충신으로 회자되어 있다. 모두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왕의 잘못을 일깨웠거나 한결같이 절개를 지킨 사람들이다.

나쁜 신하도 많다. 연산군 시절 유자광과 임사홍은 조선 최고의 아첨과 어긋남, 무고와 궤도로 왕의 눈을 가리고 연산군을 조선 최악의 폭군으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망국지신으로는 구한말 매국노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을 들 수 있다.

요즘은 어떤가. 왕조시대도 아닌데 무슨 임금-신하 운운하는가?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라면 국정을 살피고 백성의 안전을 걱정하는 데 그 정신이 다를 리 없다. 그런데도 바른 신하는 드물고 지도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나쁜 신하들만 우후죽순 판을 치니 이렇게라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3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향후 처지가 상당히 난처해졌다. 특유의 불통과 아집이 빚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도록 방조한 주변 당원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변명은 군색하다. 여차하면 배신자가 되거나 쫓겨난다는 변명도 옹색하다. 아무리 그래도 배에 물이 차서 침몰 직전인데 혼자만 기분 좀 풀어보라고 아첨만 하고 엉터리 정보만 늘어놓는 게 공복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지도자 한 명이 잘못하면 나라의 체면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기업이나 단체, 교회나 작은 친목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함량 미달의 리더는 때가 되면 바꿀 수 있지만 그 곁에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나쁜 신하’들은 어쩔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국가에, 회사에, 혹은 내가 속한 모임에서 ‘양신충신’은 안 돼도 ‘유신간신’이라는 오명은 남기지 말아야 하는데… (2016.4.22)